유어집 교산 리포트 ④ — 하남 교산을 정부 고시와 원문 자료로 다시 읽는 연재입니다. 이번 편은 바로 옆 동네에서 이미 벌어진 일을 다룹니다.
결론부터. 미사역 초역세권 상가의 공실률은 40~50%입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 공식 통계는 10%대입니다. 둘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네 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실이 쌓이는 자리와 통계가 세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가는 1층부터 찹니다. 그리고 통계도 오랫동안 1층을 중심으로 봐왔습니다.
지난 편에서 교산이 자족용지를 줄이고 집을 늘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족이 잘 될지 아닐지는 2030년에 판정이 난다고도 적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참고할 만한 결과가 이미 하나 나와 있습니다. 차로 15분 거리, 같은 하남시 안에 있습니다.
1. 같은 상권, 네 배 차이 나는 두 숫자
2026년 6월 29일 경기일보가 미사 상권을 현장 취재해 구역별 공실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기사가 나눈 세 구역은 이렇습니다.
| 구역 | 공실률 | 기사 표현 |
|---|---|---|
| 미사역 초역세권 주상복합 | 40~50% | “1층 주요 점포는 상당수 입점이 이뤄졌지만 상가 내부 깊숙한 곳이나 2층 이상 상층부” |
| 대로변 한 블록 밖 · 복합상가 내부 | 30~40% | “메인 대로변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거나” |
| 망월천 수변 상권 | 30~40% | “테라스형 상권으로 주목받았지만 계절 영향을 크게 받고” · 수년째 지속 |
한 달 뒤인 7월 30일, 한국부동산원이 2026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발표했습니다.
| 유형 | 전국 공실률 |
|---|---|
| 오피스 | 9.0% |
| 중대형 상가 | 14.3% |
| 소규모 상가 | 8.5% |
| 집합 상가 | 10.5% |
| 상가 1층 | 6.7% |
주상복합 상가는 구분소유이므로 집합 상가로 분류됩니다. 그 수치가 10.5%입니다.
현장은 40~50%, 통계는 10.5%.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2. 통계는 어디를 보고 있나
둘 다 사실입니다. 다만 세는 대상이 다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분류 기준은 이렇습니다.
| 유형 | 기준 |
|---|---|
| 중대형 상가 |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
| 소규모 상가 | 2층 이하이면서 연면적 330㎡ 이하 |
| 집합 상가 | 구분소유된 상가 (주상복합 상가 등) |
여기서 결정적인 대목은 **전국 상가 1층 공실률이 6.7%**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1층 공실률 지표는 2026년 1분기에 처음 공표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층별로 나눈 숫자가 아예 없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이렇습니다. 상가는 1층부터 찹니다. 목이 좋은 자리, 눈에 보이는 자리부터 임차인이 들어옵니다. 카페와 편의점과 부동산이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비는 곳은 언제나 2층 위와 건물 안쪽입니다.
전체 평균을 하나의 숫자로 뭉개면, 잘 찬 1층이 텅 빈 3층을 가려줍니다. 통계는 정확하게 계산된 평균이고, 현장은 정확하게 관찰된 특정 구역입니다. 두 숫자는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부동산원 조사는 표본 조사이고, 발표 단위가 시군구가 아니라 상권입니다. 그래서 “하남시 미사동 공실률”이라는 숫자는 애초에 공표되지 않습니다. 위 10.5%는 전국 평균입니다.
상가를 볼 때 “공실률 몇 퍼센트”라는 한 줄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몇 층인지, 어느 구역인지, 어떤 표본인지를 같이 물어야 숫자가 뜻을 갖습니다.
3. 왜 비었나 — 고금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기일보 기사가 짚은 원인은 고금리와 공급 과잉의 복합 작용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한 가지 구조적 요인이 더 있습니다.
초기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습니다.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은 분양가에 대출이자를 얹은 금액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정합니다. 그 임대료로 장사가 안 되면 임차인은 안 들어옵니다. 그렇다고 임대료를 확 낮추면 건물 가치 자체가 재평가되면서 담보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비워두는 쪽이 낮춰서 채우는 쪽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구간이 생깁니다.
공실이 몇 년씩 이어지는 상권은 대개 이 구간에 들어가 있습니다. 망월천 수변 상권이 “수년째 30~40% 이상”인 것도 계절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지역 부동산업계의 말이 이 문제의 성격을 잘 짚습니다.
공실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과 직결된 사안
4. 지식산업센터는 사정이 더 나쁩니다
상가 옆에 지식산업센터가 있습니다. 신도시 자족용지에 흔히 들어서는 건물입니다.
2026년 4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 집계로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은 55%**입니다. 절반 넘게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 대응도 나와 있습니다.
| 대책 | 내용 | 시기 |
|---|---|---|
| 입주 업종 확대 | 78개 → 95개 | 2026년 5월 시행령 개정 목표 |
| LH 매입 대상 확대 | 업무시설만 → 공장 용도 건물까지 | 추진 중 |
| 주택 전환 |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 | 추진 중 |
| 오피스텔 허용 | 산단 밖 지식산업센터로 확대 | 추진 중 |
규제를 푸는 방향이 전부 “원래 용도가 아닌 것도 넣게 해주자”입니다. 자족시설로 지었는데 자족이 안 채워지니 주거로라도 돌리자는 이야기입니다.
3편에서 다룬 교산의 3조원 AI 클러스터를 떠올려 보면, 이 대목은 조금 무겁게 읽힙니다. 자족용지에 건물이 서는 것과 그 건물이 채워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5. 그래서 교산은 상가를 얼마나 짓나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목적입니다. LH가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린 하남교산 토지이용계획표 원문에서 상업 성격 용지만 뽑았습니다.
| 용지 | 면적 | 구성비 |
|---|---|---|
| 근린생활시설 | 74,723㎡ | 1.2% |
| 상업시설 | 14,083㎡ | 0.2% |
| 순수 상업 소계 | 88,806㎡ | 1.4% |
| 복합시설 — 주상복합 | 169,625㎡ | 2.7% |
| 복합시설 — 중심복합 | 180,726㎡ | 2.9% |
| 복합 포함 총계 | 439,157㎡ | 7.0% |
구성비는 본단지 면적 기준입니다. 기업이전단지를 포함한 지구 전체는 약 686만㎡입니다.
감이 오지 않는 숫자이니 두 가지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하나, 1인당 면적. 교산의 계획 인구는 87,258명입니다.
- 순수 상업용지 기준 — 1인당 약 1.0㎡
- 복합 포함 총계 기준 — 1인당 약 5.0㎡
둘, 아는 건물과 비교. 스타필드 하남의 연면적이 46만㎡, 매장면적이 15만 6,000㎡입니다. 교산의 상업·복합 용지 총계 439,157㎡는 스타필드 하남 연면적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다만 이건 정직하게 짚어야 할 비교입니다. 용지면적과 연면적은 다른 개념입니다. 439,157㎡는 땅의 넓이이고, 그 위에 용적률만큼 건물을 올리면 실제 바닥면적은 그보다 몇 배가 됩니다. 즉 교산에 들어설 상업 연면적은 스타필드 하남보다 훨씬 큽니다.
그리고 그 스타필드가 이미 차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2016년 9월 개점해 연면적 46만㎡로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6. 미사에는 이미 13만 명이 삽니다
교산의 상가가 채워질지를 가늠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사람 수를 세어보는 것입니다.
| 지역 | 인구 | 기준 |
|---|---|---|
| 미사1동 | 54,138명 | 2026년 6월 |
| 미사2동 | 46,323명 | 2026년 6월 |
| 미사3동 | 29,458명 | 2026년 6월 |
| 미사 3개 동 합계 | 129,919명 | 실제 거주 |
| 교산 계획 인구 | 87,258명 | 계획 |
미사에는 지금 12만 9,919명이 실제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상가 상층부는 절반이 비어 있습니다. 교산의 계획 인구는 그보다 4만 2,661명 적습니다.
물론 인구만으로 상권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상업용지 비율, 배후 수요, 교통 접근성, 업종 구성이 모두 변수입니다. 교산은 미사보다 지구 면적이 넓고 계획 세대 밀도가 낮아 조건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 표는 “교산도 똑같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닙니다.
다만 13만 명이 사는 동네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8만 7천 명을 계획한 동네에서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습니다.
7. 하남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9일, 이현재 하남시장이 정부에 교산신도시 5대 핵심 현안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그 첫 번째 항목이 이것입니다.
개발이익 생활 SOC 재투자 및 자족기능 강화 — 행정복지센터·도서관·체육복합시설 등 15개소 인프라 구축과 자족용지 10개 부지 기업유치 협약 체결 요청
나머지 네 가지는 원주민 재정착 지원과 지역 우선분양 30% → 50% 상향, 중부고속도로 드림휴게소 방음시설, 광역교통 인프라 개편, 철도·도로망 확보입니다.
그리고 이 요구의 배경으로 시장이 든 근거가 있습니다. 기존 신도시 개발 당시 입주 초기 교통 대책과 기반시설 미비를 해소하기 위해 하남시가 자체 예산 약 7,000억원을 투입한 전례입니다.
이 7,000억원은 미사와 감일에서 실제로 나간 돈입니다. 신도시를 만든 주체는 LH와 국토부인데, 부족한 부분을 메운 비용은 기초자치단체가 냈다는 뜻입니다. 하남시가 “이번에는 처음부터 확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족용지 10개 부지 기업유치 협약을 미리 맺어달라는 요구는 특히 3편과 이어집니다. 땅을 비워두고 나중에 채우겠다는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하남시는 옆 동네에서 이미 봤습니다.
8. 교산 상권을 볼 때 확인할 것
- “공실률 ○○%” 기사를 볼 때 몇 층 기준인지, 어느 구역인지 확인했다
-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전국·상권 단위 표본조사이며 시군구별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했다
- 상가 1층 공실률이 2026년 1분기에야 처음 공표된 지표라는 점을 확인했다
- 교산의 상업·복합 용지가 439,157㎡(본단지의 7.0%), 계획 인구 87,258명이라는 규모를 확인했다
- 미사 3개 동에 12만 9,919명이 살고 있음에도 상층부 공실이 40~50%라는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이 **55%**이며 정부가 용도 완화로 대응 중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 스타필드 하남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는 입지 조건을 고려했다
정리
미사역 초역세권 상가 공실률 **40~50%**와 공식 통계 **10.5%**는 둘 다 사실입니다. 상가는 1층부터 차고 공실은 위층과 안쪽에 쌓이는데, 층별로 나눈 지표는 2026년 1분기에야 처음 공표됐습니다. 게다가 부동산원 통계는 상권 단위 표본조사라 “미사동 공실률”이라는 숫자 자체가 없습니다.
원인은 고금리와 공급 과잉, 그리고 높은 초기 분양가가 임대료를 못 내리게 붙잡는 구조입니다. 자족용지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수도권 공실률이 **55%**로 상황이 더 나쁘고, 정부 대응은 용도를 푸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교산에는 상업·복합 용지가 439,157㎡, 본단지의 **7.0%**가 잡혀 있습니다. 계획 인구 87,258명 기준 1인당 약 5.0㎡입니다. 옆 동네 미사에는 지금 12만 9,919명이 살면서도 상층부 절반이 비어 있고, 하남시는 이미 자체 예산 7,000억원을 쓴 전례를 들며 정부에 선제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편의 결론은 예측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교산의 상가가 채워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그 답을 가늠하려면 분양 홍보물의 조감도가 아니라, 차로 15분 거리에서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실제 결과를 먼저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옆 동네에서 벌어진 일을 들여다보는 건 썩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대를 접으라는 뜻이 아니라, 기대의 크기를 실제에 맞춰두면 나중에 덜 다치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 예고 — 유어집 교산 리포트 ⑤
다음 글에서는 교산을 지나는 정거장 여섯 곳의 위치와, 지하 55m에 놓이는 역을 다룹니다. 3호선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깊은 역이 교산에 생깁니다. 그 깊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승강장까지 실제로 몇 분이 걸리는지 계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