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집 교산 리포트 ③ — 하남 교산을 정부 고시와 원문 자료로 다시 읽는 연재입니다. 이번 편은 자족용지를 다룹니다.
결론부터. 2024년 12월, 교산은 일자리가 들어설 땅을 줄이고 그만큼 집을 늘렸습니다. 자족시설 비중 10.8% → 9.0%, 주택 33,037호 → 36,697호. 그런데 정확히 1년 뒤인 2025년 12월, 그 줄어든 자족용지 5블록에 3조원짜리 AI 혁신클러스터가 들어온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 두 사건은 따로 보면 각각 좋은 소식이거나 나쁜 소식입니다. 나란히 놓으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지난 두 편에서는 블록 이름의 규칙과 지하철이 오기까지의 시차를 봤습니다. 둘 다 “언제 들어갈 수 있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편은 **“들어가서 무엇을 하며 사나”**에 대한 것입니다. 신도시에서 이 질문은 보통 가장 늦게, 가장 조용히 다뤄집니다.
1. 2024년 12월, 조용히 지워진 두 줄
2024년 12월 18일, 국토교통부가 고시 제2024-762호로 하남교산 지구계획 3차 변경을 확정했습니다. 언론은 나흘 뒤인 12월 22일에 이 소식을 전했는데, 헤드라인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3기 신도시 하남교산, 3,660가구 추가 공급
집이 더 생긴다는 소식입니다. 반가운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같은 고시문 안에서 조정된 항목을 전부 늘어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 항목 | 2021년 승인 | 2024년 3차 변경 | 변화 |
|---|---|---|---|
| 계획 주택 | 33,037호 | 36,697호 | +3,660호 |
| 계획 인구 | 77,925명 | 87,258명 | +9,333명 |
| 주택용지 비중 | 23.3% | 25.3% | +2.0%p |
| 자족시설 비중 | 10.8% | 9.0% | −1.8%p |
| 공원녹지 비중 | 35% | 34% | −1%p |
집이 늘어난 만큼 다른 무언가가 줄어들었습니다. 땅의 총면적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교산 지구는 약 686만㎡이고, 3차 변경에서 이 숫자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용지가 계획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 업무시설용지 — 폐지
- 문화산업용지 — 폐지
기사에서는 각각 “1만㎡”, “3만 6,000㎡“로 반올림해 소개됐습니다. 정확한 값은 고시 부속 세부표에 있습니다.
2. 지워진 것의 정확한 크기
국토교통부고시 제2025-288호(4차 지정변경) 원문에 붙은 도시지원시설 세부표를 열면, 2021년 승인 시점의 자족시설 내역이 항목별로 적혀 있습니다.
| 세부 항목 | 면적 |
|---|---|
| 자족시설 전체 | 682,073㎡ (지구의 10.8%) |
| ├ 업무시설 | 10,493㎡ ← 3차 변경에서 폐지 |
| ├ 문화산업 | 36,046㎡ ← 3차 변경에서 폐지 |
| ├ 의료시설 | 12,391㎡ |
| ├ 문화시설 | 7,685㎡ |
| └ 농업관련시설 | 6,688㎡ |
폐지된 두 용지를 더하면 46,539㎡입니다. 언론이 말한 “1만 + 3만 6천”의 원표값입니다.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46,539㎡는 축구장 약 6.5개 넓이입니다. 자족시설 전체 682,073㎡의 6.8%에 해당합니다. 크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없어진 것이 사무실이 들어설 땅과 콘텐츠 산업이 들어설 땅이었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합니다. 신도시에서 자족이라는 말은 결국 “여기 살면서 여기서 일할 수 있는가”를 뜻하는데, 그 일자리의 성격을 결정하는 두 칸이 지워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3. 1년 뒤, 같은 땅에 3조원
2025년 12월 17일, 경기도가 하남교산 신도시의 AI 앵커기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항목 | 내용 |
|---|---|
| 대상 부지 | 자족시설용지 5블록 · 71,443㎡ |
| 사업비 | 약 3조원 (토지비 포함) |
| 앵커기업 | PSC인공지능클러스터 컨소시엄 — 포스텍 · 카네기멜론대(CMU) · 싱가포르국립대(NUS) + KT클라우드 + KT투자운용 |
| 도입 시설 | CMU·NUS 글로벌 멀티캠퍼스, 포스텍 AI+X대학원, 슈퍼컴 AI센터, 벤처센터, 트레이닝센터, 사이버보안·바이오·넷제로 디지털트윈·첨단의료정보 시설 |
| 착공 목표 | 2027년 상반기 |
| 완공 목표 | 2030년 |
| 기대 효과 | 고용 2만명 이상 · 생산유발 6조원대 (경기도 추정) |
선정은 경기도 공공주택지구 기업유치 추천위원회가 사업 역량, 사업 실현 가능성, 자금조달 계획, 기여 방안을 평가해 이뤄졌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부지가 “자족시설용지”라는 점입니다. 1년 전 비중이 깎인 바로 그 용도의 땅입니다.
4.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글 상단 차트의 두 막대가 이 편의 전부입니다.
| 면적 | |
|---|---|
| 2024년 3차 변경으로 폐지된 용지 (업무 + 문화산업) | 46,539㎡ |
| 2025년 발표된 AI 혁신클러스터 부지 | 71,443㎡ |
지운 것보다 1.5배 큰 것이 같은 성격의 땅에 들어옵니다.
자족시설 전체(682,073㎡)를 기준으로 보면 AI 클러스터가 차지할 면적은 **약 10.5%**입니다. 교산의 일자리 땅 열 곳 중 한 곳이 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배정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합니다.
하나 — 계획은 원래 이렇게 굴러갑니다. 2019년에 그려둔 “업무시설”과 “문화산업”이라는 칸은 그 시점의 산업 지도였습니다. 6년이 지나 산업 지도가 바뀌었고, 추상적으로 비워둔 칸을 지우고 구체적인 사업자가 들어온 것이라면 그건 계획이 실패한 게 아니라 갱신된 것입니다.
둘 — 그럼에도 순서가 거꾸로였습니다. 자족 비중을 줄이는 결정이 먼저 있었고, 그 땅을 채울 사업자는 1년 뒤에 정해졌습니다. 만약 AI 클러스터 유치가 무산되거나 축소됐다면, 남는 것은 줄어든 자족용지와 늘어난 3,660호뿐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판정은 2030년에 납니다.
5. 그런데 3조원은 아직 땅을 파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가 발표문에는 잘 안 나오는 부분입니다.
2026년 4월 22일, “하남 AI 혁신 클러스터”라는 이름의 시설이 실제로 문을 열었습니다. 기사 제목만 보면 3조원짜리가 시작된 것처럼 읽힙니다. 내용을 열어보면 이렇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위치 | KDB산업은행 디지털스퀘어 3층 하남스타트업캠퍼스 (교산 지구 밖) |
| 면적 | 587㎡ |
| 예산 | 경기도 공모 확보 도비 5억 8,000만원 |
| 입주 | 2026년 5월부터 공모 선정 AI 기업 4곳 |
| 인프라 | 엔비디아 H100 · RTX4090급 GPU, 스마트 오피스 |
587㎡입니다. 교산에 들어올 71,443㎡의 약 122분의 1입니다. 예산도 5억 8,000만원으로, 3조원의 약 5,000분의 1입니다.
이 시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사도 이 공간을 3조원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고 분명히 적고 있습니다. 마중물로서는 제 역할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교산 자족용지 위에 실제로 세워진 것은 아직 없다는 사실은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착공 목표가 2027년 상반기이니, 이 글을 쓰는 2026년 8월 기준으로 최소 반년은 더 남은 계획입니다.
확정된 사실과 목표를 구분하면 이렇게 됩니다.
| 구분 | 내용 | 상태 |
|---|---|---|
| 3차 지구계획 변경 (자족 10.8%→9.0%) | 2024.12.18 고시 | ✅ 확정 |
| AI 앵커기업 선정 | 2025.12.17 발표 | ✅ 확정 |
| 하남스타트업캠퍼스 개소 (587㎡) | 2026.04.22 | ✅ 확정 |
| 기업이전단지 조성공사 착수 | 2025.11 (상산곡동 물류복합 261,315㎡) | ✅ 확정 |
| AI 클러스터 착공 | 2027년 상반기 | ⏳ 목표 |
| AI 클러스터 완공 | 2030년 | ⏳ 목표 |
| 고용 2만명 · 생산유발 6조원 | — | ⏳ 추정 |
확인 시점 2026년 8월 14일
6. 그래도 하나는 실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족 계획 전체가 종이 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전단지는 이미 땅을 파고 있습니다.
원래 이 지역에 있던 제조업체와 물류업체들이 신도시 조성으로 나가야 하는데, 교산은 3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선이주 후철거 방식을 택했습니다. 갈 곳을 먼저 만들어주고 나서 헐겠다는 뜻입니다.
- 상산곡동 물류복합단지 — 261,315㎡, 2025년 11월 조성공사 착수
- 이 가운데 하천을 뺀 공원·녹지가 50,283㎡
- 2026년 8월 10일 주민설명회 개최 — GH가 산책로·운동시설·식재 방향에 대한 주민 의견을 받아 실시설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힘
불과 사흘 전 일입니다. AI 클러스터가 아직 발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자족의 다른 한 축은 이렇게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대비가 저는 꽤 정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숫자는 늘 늦게 오고, 실제로 굴러가는 것은 대체로 조용합니다.
7. 교산 자족 계획을 볼 때 확인할 것
- 관심 있는 뉴스가 **교산 지구 안(자족용지)**의 일인지, 지구 밖 마중물 시설의 일인지 구분했다
- AI 클러스터 착공 목표가 2027년 상반기, 완공이 2030년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 고용 2만명·생산유발 6조원은 경기도 추정치이지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했다
- 3차 변경으로 **60㎡ 이하 소형 비중이 51.9% → 59.3%**로 늘었다는 점을 함께 확인했다 (1편에서 다뤘습니다)
- A2블록 최초 입주가 2029년 6월이고 AI 클러스터 완공 목표가 2030년이라, 입주 후 최소 1년은 클러스터 없이 지낸다는 일정을 확인했다
정리
2024년 12월 3차 지구계획 변경으로 교산의 자족시설 비중은 10.8%에서 9.0%로 줄었고, 주택은 3,660호 늘었습니다. 이때 업무시설 10,493㎡와 문화산업 36,046㎡, 합쳐 46,539㎡가 계획에서 지워졌습니다.
정확히 1년 뒤인 2025년 12월, 같은 자족시설용지 5블록 **71,443㎡**에 3조원 규모 AI 혁신클러스터가 들어온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포스텍·카네기멜론대·싱가포르국립대와 KT클라우드가 참여하고, 2027년 상반기 착공, 2030년 완공이 목표입니다.
지운 것보다 1.5배 큰 것이 그 자리에 오는 셈입니다. 다만 순서는 거꾸로였고, 2026년 8월 현재 교산 자족용지 위에 실제로 올라간 건물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까지 문을 연 것은 지구 밖 587㎡짜리 스타트업 캠퍼스 하나입니다.
집이 3,660호 늘어난 것은 이미 확정된 사실이고, 일자리 2만 개는 아직 목표입니다. 확정된 것과 목표를 같은 무게로 읽지 않는 것 — 신도시 자료를 읽을 때 이 구분 하나만 지켜도 기대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이 계획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직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고, 둘 다 필요합니다.
다음 편 예고 — 유어집 교산 리포트 ④
다음 글에서는 미사가 입주 12년 차에도 풀지 못한 상가 공실 문제를 다룹니다. 바로 옆 동네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라, 교산의 자족 계획을 판단할 때 가장 현실적인 참고 자료입니다. 하남시가 자체 예산 7,000억원을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후로는 정거장 여섯 곳의 위치와 지하 55m짜리 역으로 이어집니다.